주간업무일지, 이제 월요일 10분이면 끝
매주 40분짜리 일이 지시 한 줄과 검토 10분으로 줄었습니다
매주 토요일마다 하던 일이 있습니다. 직원 세 명이 평일에 각자 올려둔 일일업무 기록을 열어서 읽고, 사람별로 나누고, 요일별로 묶어서 주간업무일지 세 건을 만드는 일인데, 손으로 하면 문서를 열두어 개 열어보고 옮겨 적는 데만 30분에서 40분이 걸립니다. 어렵지는 않습니다. 다만 매주 같은 시간에 반드시 해야 하고, 빠뜨리면 티가 납니다.
이 작업을 AI 에이전트(에이전트 같은 말은 따로 모아 정리해 두었습니다)에게 넘겨봤습니다. 지시는 한 줄이었습니다. 지난주 세 사람의 일일업무를 취합해서 이번 주 토요일 날짜로 주간업무일지를 만들고, 직전 주차 일지를 형식 기준으로 참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.
결과부터 적습니다. 세 건이 다 만들어졌습니다. 다만 그대로 발행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지점이 몇 군데 뚜렷하게 남았는데, 이 글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동화가 됐다는 사실보다 그 남은 지점이 어디였느냐 쪽입니다.
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. 여러 법인의 재무와 경영 실무를 보는 사람이고 이 일지도 제 업무 중 하나여서, 코드 이야기가 아니라 “이 반복 업무의 어디까지가 기계 몫이고 어디부터가 사람 몫인가”를 한 번 가려낸 기록으로 남깁니다.

데이터가 이미 한곳에 쌓여 있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
자동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도구가 좋아서가 아닙니다. 직원들이 일일업무를 각자 메신저나 메일로 보내는 게 아니라 협업 도구의 데이터베이스 한 곳에 행으로 쌓고 있었기 때문인데, 이게 없었다면 어떤 도구를 붙여도 첫 단계에서 그냥 막힙니다. 구조는 이렇습니다.
| 항목 | 실제 상태 |
|---|---|
| 원본 위치 | 일일업무와 주간일지가 같은 데이터베이스 안에 행으로 공존 |
| 제목 | “OOO 일일업무”, “OOO 주간업무일지” 형태 |
| 날짜 | 날짜 속성으로 관리 |
| 담당자 속성 | 존재하지만 대부분 비어 있음 |
| 산출물 위치 | 별도 전용 DB 없이 같은 DB에 새 행으로 생성 |
여기서 첫 번째 함정이 나왔습니다. 담당자 속성이 있으니 당연히 그걸로 사람을 걸러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실제로 열어보니 값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, 속성이 있다는 것과 그 속성에 값이 들어 있다는 것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. 결국 제목 문자열에 이름이 들어 있는지로 사람을 판정하게 됐습니다.
두 번째 함정도 같은 자리였습니다. 제목 표기가 흔들립니다. “OOO 일일업무”가 있고, “OOO의 일일업무”가 있고, “OOO 일일 업무”처럼 띄어쓰기가 하나 더 들어간 것도 섞여 있어서, 제목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를 기준으로 잡으면 그 자리에서 절반이 조용히 누락됩니다. 이름이 포함됐는지만 보도록 기준을 느슨하게 잡고 나서야 전부 잡혔습니다.
실무 데이터는 늘 이렇습니다. 지저분합니다. 자동화가 깨지는 지점은 대개 로직이 아니라 이 지저분함입니다.
첫 시도는 도구 호출 방식에서 걸렸습니다
바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. 첫 응답이 “협업 도구는 별도 호출 경로를 거쳐야 합니다”였습니다. 필요한 기능이 기본으로 올라와 있지 않고 그때그때 불러와 쓰는 방식이라 첫 호출이 그냥 튕긴 것입니다.
배운 건 단순합니다. 도구가 붙어 있다는 말과 지금 이 순간 호출할 수 있다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. 두 번째 시도부터는 호출 경로를 맞춰 한 번에 여러 건을 묶어 던지는 방식으로 정리됐고 그 뒤로는 막힘이 전혀 없었으니, 저는 이걸 도구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. 통과의례로 봅니다.
실제로 돌아간 순서
작업이 끝난 뒤 절차를 문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. 다음 주에 같은 일을 시킬 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. 순서는 이렇습니다.
- 산출물 날짜는 그 주 토요일로 고정하고, 집계 대상은 직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로 잡습니다. 날짜 계산으로 끝납니다.
- 직전 주차 일지를 먼저 읽어 형식 기준으로 삼습니다. 형식은 말보다 실물입니다.
- 해당 기간의 일일업무 행을 한 번의 질의로 전부 가져옵니다. 매주 바뀌는 값은 날짜 두 개뿐입니다.
- 가져온 행의 본문을 하나씩 열어봅니다. 제목만으로는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어서 이 단계는 건너뛸 수 없습니다.
- 제목의 이름으로 사람별 분류를 하고, 날짜순으로 정렬해 요일 블록에 옮깁니다.
- 마지막에 이번 주 요약을 사람당 서너 줄로 붙입니다.
- 세 건을 한 번의 호출로 같이 생성합니다.
한 주 분량이 열세 건 안팎이라 본문을 개별로 열어보는 단계가 가장 오래 걸립니다. 그래도 사람보다는 빠릅니다.
기록이 없는 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진짜 문제였습니다
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월요일과 화요일 기록이 아예 없었습니다. 이 상황이 자동화의 성격을 결정합니다.
기계가 고를 수 있는 길은 둘입니다. 없는 날을 조용히 건너뛰고 사흘치로 문서를 만들거나, 앞뒤 맥락으로 그럴듯한 내용을 채워 넣거나. 두 번째는 절대 안 됩니다. 주간업무일지는 나중에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하는 근거로 쓰이는 문서이고, 거기에 추정으로 채운 문장이 한 줄이라도 들어가면 문서 전체의 신뢰가 그대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.
그래서 규칙을 못 박았습니다. 기록이 없는 날은 요일 블록 자체를 만들지 않고, 요약 마지막 줄에 해당 기간의 기록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적게 했습니다. 산출물도 그렇게 나왔습니다. 결과를 보고받을 때 그 사실이 함께 올라왔습니다.
덕분에 일지가 하나 더 쓸모 있어졌습니다. 누가 기록을 빠뜨렸는지가 문서에 남으니까요. 솔직히 말하면 자동화가 매주 하던 업무를 대신해준 것보다, 사람 눈으로는 그냥 넘어갔을 빠진 자리를 문서 위에 그대로 드러내 준 쪽이 실무에서는 훨씬 값이 나갔습니다.

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볼지 나눴습니다
한 번 돌려보고 구간을 셋으로 나눴습니다.
완전히 맡겨도 되는 구간
- 주차와 기간 계산. 토요일 산출일과 직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라는 규칙만 있으면 됩니다.
- 일일업무 행 조회. 매주 날짜 두 개만 바뀝니다.
- 사람별 분류. 문자열 대조입니다.
- 세 건 일괄 생성. 구조가 고정입니다.
초안까지만 맡기고 사람이 보는 구간
- 일별 항목을 한 줄로 압축하는 작업. 원본의 들여쓰기 구조가 사람마다 달라서 규칙으로 굳히기 어렵습니다.
- 이번 주 요약. 판단이 들어갑니다. 진행률 수치는 원문에 적힌 그대로 옮기고 임의로 반올림하거나 추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.
사람이 계속 쥐고 있어야 하는 구간
- 기록이 통째로 빠진 주간을 어떻게 처리할지. 그냥 만들고 넘어갈지, 담당자에게 다시 요청할지는 사람 사이의 문제입니다.
- 금액이나 세무 관련 문구. 최종 확인은 사람이 합니다.
나눠 보니 분량으로는 대부분이 첫 번째 칸에 들어갔는데, 시간으로는 두 번째 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. 그래서 체감상 절약된 시간은 40분에서 4분이 아니라 40분에서 10분쯤입니다. 그래도 매주 30분입니다.
매주 토요일 자동 실행은 아직 걸지 않았습니다
정해진 요일에 알아서 돌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. 토요일 오전에 초안 세 건을 만들고 메신저로 검토 요청을 보내는 구성이면 됩니다.
그런데 걸지 않았습니다. 이유가 둘입니다.
하나는 같은 데이터베이스에 이미 다른 정기 작업이 글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. 자동 실행을 하나 더 얹으면 같은 자리에 두 개가 겹칩니다. 중복 등록은 사람이 눈치채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종류의 사고입니다.
다른 하나는 초안 품질입니다. 요약 문장은 아직 사람이 손을 봐야 하는 수준이고, 검토를 거치지 않은 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되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버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. 자동 생성과 자동 확정은 다릅니다.
그래서 지금은 토요일에 제가 한 줄로 지시하고, 나온 초안을 검토한 다음 마무리합니다. 몇 주 더 돌려서 요약 초안이 손댈 곳 없이 나오면 그때 자동 실행으로 옮길 생각입니다.
같은 일을 하는 분들께 남기는 정리
- 자동화의 성패는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있는지에서 갈립니다. 일일업무가 개인 메신저에 흩어져 있었다면 이 작업은 시작조차 못 했습니다.
- 속성이 있다고 값이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. 실제 데이터를 한 번 열어보고 판정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.
- 제목 표기는 흔들립니다. 완전 일치 대신 포함 여부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.
- 없는 데이터를 채우게 두면 안 됩니다. 없으면 없다고 적게 하는 규칙을 먼저 걸어둡니다.
- 형식은 말로 설명하지 마세요. 직전 회차 실물을 참고 자료로 던지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.
- 절차를 문서로 남겨두면 다음 회차에 지시가 한 줄로 줄어듭니다. 이 문서가 사실상 자동화의 본체였습니다.